목록청계천 (3)
우리도 씁니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 롯데타워. 높은 건물은 어디에서나 눈에 띄어서 도시의 랜드마크가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롯데타워는 어디에서도 볼 수 있지만 가까이서 본 사람은 많지 않다. 지하철에 연결된 지하도를 통해서, 지하주차장의 엘리베이터를 통해서 건물에 들어가니 거대한 건물을 실제로 보기는 쉽지 않다. 롯데타워 뿐만이 아니라 다른 거대 구조물도 마찬가지다. 서울에 있는 대교, 고가도로, 높은 빌딩, 한강의 크기를 느낄 기회는 많지 않다. 언제나 차를 타고 거대 구조물을 지나치니까. 거대 구조물의 크기를 느끼기 위해서는 속도를 줄여야 한다. 마포대교를 걸어서 건너본 적이 있다.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지날 때는 1분 만에 건널 수 있었는데 걸어서 건너려니 15분이 넘게 걸렸다. 대교大橋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
내가 사는 안암에서 한양대학교까지 자전거를 탈 때 크게 세 가지의 길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청계천을 따라가는 길을 가장 좋아한다. 나는 이 길을 청계천 하이웨이라고 부른다. 청계천 하이웨이는 자전거 전용도로다. 뒤에 있는 자동차가 클랙슨을 울릴까 봐 빨리 달릴 필요가 없다. 그리고 하이웨이답게 신호등이 없다. 한번 받은 신호를 계속 받으려고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된다. 초가을 아침 청계천 하이웨이는 모든 것의 경계가 뚜렷해진다. 듬성듬성 군락을 이룬 갈대는 검은색 테두리라도 있는 것처럼 그 뒤의 청계천과 구분된다. 청계천 하이웨이 위로 펼쳐진 고가도로 사이로 비치는 햇빛은 밝음과 어두움을 칼로 베어버린다. 고가도로가 구름 걷히듯 사라지면 학교에 거의 다 온 것이다. 이제 경계는 햇빛 속으로 사라진다. ..
그 영화관은 광화문에 있다. ‘광화문에 있는 영화관’이라 했을 때, 두세 곳이 생각나는 누군가에게, 이어지는 내용은 설명이 아닌 공감이리라. 오늘도 200명은 넘지 않았지만(이 글을 쓴 것은 9월이다.), 세 단계로 나뉜 경고에서 2.5라는 숫자가 가진 힘은, 다수가 개인의 문제를 지적하기 이전에 개인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기에 충분했고, 결국 오늘도 예매를 취소했다. 게다가 영화 상영이 끝난 뒤 관객과 감독의 대화가 이어지는 자리라는 사실과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될 날씨에 광화문이라는 빌딩 숲 사이를 오랜만에 걸을 것이라는 기대 덕분에, 로그인부터 취소 버튼까지의 여정은 분명 꽃길이 아니었다. 그 영화는 일본 ‘후쿠오카’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내용이다. 매번 ‘다양성 영화’라는 목록에 들어가는 작품을 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