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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살해된 오감의 일부
이어폰을 두고 나왔다. 걸음을 멈추고 감은 두 눈 앞엔, 책상 오른편 이어폰의 자리가 또렷이 그려진다. 다시 되돌아가기도, 무시하고 가기도 애매한 거리. 다이소에 걸린 이어폰 위에 5천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있다. 5천원이면 하루종일 귀가 허전할 것을 면할 값으로 나쁘지 않다는 생각으로 한참을 들여다보다, 책상위에서 모처럼 만의 휴무를 누릴 놈의 금액이 이번달에 빠져나간 돈이란 생각이 들어 시선과 마음을 한번에 접었다. 덕분에 오늘 내 휴대폰은 작은 무성영화관이 되었다. 소리없는 영상들을 상영해야했으니까. 평소처럼 sns앱을 켠다. 오래 지나지 않아, 휴대폰을 바라보는 스스로에게 생경한 기분을 느꼈다. 무언가 어제와 달랐다. 어제까진 모든 신경이 휴대폰에 집중되어, 바깥 세상이 어떠했는지는 관심을 가지지도..
전규섭
2021. 1. 20.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