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시험기간 (2)
우리도 씁니다
0.1 어느 알코올 치료센터의 일화 하나. 어느 날 탕비실 선반에서 맥주잔이 발견됐다. 그러자 환자들은 조심스럽게 서로 어떤 맥주를 좋아했는지 이야기했다. 큰 잔에 담은 에일, 도수 높은 라거 등등. 환자들은 추억에 빠졌다. 따가운 탄산이 목을 간질이는 느낌, 에탄올이 위벽에 스르륵 흡수되는 느낌, 침울하고 나른했던 느낌. 그러자 그들 사이에서 불길한 징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0.2 중독은 뇌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그래서 환자들 사이에서 ‘치어스 Cheers’라고 장난치는 것도 위험하다. 깊게 남은 중독의 흔적은 작은 단서에도 꿈틀거리니까. 작은 단서에도 꿈틀거리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맥주잔처럼 이미지 하나가 위험하다. 내 눈에 스치는 간판, 게임, 기사 제목, 버스 옆면에 붙은 광고, 영상..
시험 기간이었다. 대부분 시험이 리포트로 대체되었고, 때문에 좀 더 다양한 측면에서 글을 진행해봐야겠다는 이유로 핸드폰을 켜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살피고 있었다. 아쉽지만 유튜브에는 A+를 받을만한 신선한 접근법이 나와 있지 않았다. 물론 검색어가 잘못되었을지도 모르고, 다양한 분야로 안내하던 알고리즘은 글의 수준을 높여줄 만한 영상으로 안내하지 않았다. 영상을 찾을 수 없어 다음으로는 이런저런 커뮤니티의 글들을 살폈다. 유머가 가미될수록 글의 흥미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선택한 것은 ‘유머 게시판’이었고, 재미있는 글 하나를 발견했다.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캡처해 온 듯한 글의 제목은 ‘20대 후반에 깨달은 것’이었고, 내용은 대인관계, 체력관리 등을 포함한 다섯 가지로 된 조언 또는 일종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