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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다[12월 : 비에 대하여]
“나도 왕년에는” 박은 숨을 후 내쉬고 말을 이었다. “비 좀 맞았어.” “비? 학점 말하는 거야?” 나는 무슨 말을 하냐는 표정으로 물었다. “야 너가 비만 많이 맞았냐? 씨도 많이 맞았지. 아주 흠씬 두들겨 맞았지.” 전이 술집의 시끌벅적한 소음에 한 몫 더하며 외쳤다. “아니! 레인 말하는 거잖아. 하늘에서 내리는 레인.” 박이 웃으며 말했다. “대학생 때는 비 맞는 거 좋아했거든. 아니 지금도 싫어하지는 않아. 오히려 맞고 싶어. 그런데 지금은 비를 맞으려면 작정을 해야 한단 말이지. 포마드스타일로 머리를 빗어 올리고 왁스를 바르면서, 가방에 512기가바이트 맥북 프로를 들고 다니면서, 천연가죽으로 만든 구두를 신으면서, 결정적으로 자동차를 타면서 비를 맞을 수 없게 되어 버렸어.” 대학 시절에 ..
김도겸
2021. 1. 4.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