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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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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역에서 2호선을 타고 건대 방향으로 향하면 곧장 땅 위로 올라온다. 내가 타고 있는 이 기계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지하철? 전철? 기차? 지하철이라고 하자니 땅 위로 나오는 시간이 분명 있고 전철은 구한말을 위한 단어로 남겨둬야 할 것 같다. 기차는 남한 땅 정도 되는 넓은 땅을 다녀야 하지, 수도권으로 만족할 수 없다. ‘그나마 전철이 제일 나으려나.’ 생각하던 차에 잠실을 지나며 다시 땅 밑으로 내려왔다. 지하철?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진학하며 서울에서 생활한지 벌써 5년이 지났다. 이제 스스로를 서울 사람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1년 중 대부분의 시간을 서울에서 보낸다. 고향인 포항에 내려가면 친구도 몇 안 남아 있고 할 일도 없다. 그런데 여전히 그곳에 계신 내 부모님, 우연히 경상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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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Z {서울, 그리고 ■■} W. 한반도 서(West) 쪽에 넓은(Wide) ‘W’모양의 물(Water)이 있다. 한반도 허리(Waist)에 지울 수 없는 지문처럼 찍힌 이 파란 물줄기의 이름은 ■■이다. 이곳의 아파트가 군인처럼 열병식을 하고 금칠한 빌딩과 뿔 달린 빌딩이 장군처럼 사열한다. 낮에는 ■■의 부드러운 질감이 햇빛을 튕겨내고 밤에는 ■■ 주변의 자동차들이 금을 싣고 흘러간다. ■■은 서울의 거부할 수 없는 브랜드다. White sand ■■의 옛 모습은 주변에 모래가 가득했고 지금보다 폭이 좁고 더 격렬하게 꾸불꾸불했다. 옛 서울 사람들은 여름이 되면 이곳의 하얀 모래(White sand)로 몰려들었고 첨벙첨벙 수영했다. 하루 평균 10만 명. 엄청난 숫자였다. ■■이 모습을 바꾼 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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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관은 광화문에 있다. ‘광화문에 있는 영화관’이라 했을 때, 두세 곳이 생각나는 누군가에게, 이어지는 내용은 설명이 아닌 공감이리라. 오늘도 200명은 넘지 않았지만(이 글을 쓴 것은 9월이다.), 세 단계로 나뉜 경고에서 2.5라는 숫자가 가진 힘은, 다수가 개인의 문제를 지적하기 이전에 개인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기에 충분했고, 결국 오늘도 예매를 취소했다. 게다가 영화 상영이 끝난 뒤 관객과 감독의 대화가 이어지는 자리라는 사실과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될 날씨에 광화문이라는 빌딩 숲 사이를 오랜만에 걸을 것이라는 기대 덕분에, 로그인부터 취소 버튼까지의 여정은 분명 꽃길이 아니었다. 그 영화는 일본 ‘후쿠오카’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내용이다. 매번 ‘다양성 영화’라는 목록에 들어가는 작품을 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