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병원 (2)
우리도 씁니다
이런 얘기는 좀 쓸쓸하지만 해볼까? 너를 만나기 전 이야기야. 집에 들어가니까 심상치 않더군. 내가 보이자 식탁에서 옹기종기 모여있던 누나와 이모, 그리고 엄마가 갑자기 어수선해졌어. 나는 물을 마시고 내 방에 들어가 방문을 닫았지. 똑똑똑. “야, 나와봐.” 누나가 노크했어. 나는 결국 부엌에서, 그러니까, 어떤 상황인지를 알게됐지. 음, 엄마가 병에 걸렸다는 얘기였어. “별거 아니야.” 이모가 별것 아닌 척 말하더군. 기가 막혔지. 이런 일이 우리 가족에게도 생기다니. 나는 방에 들어와서 다리가 풀려버렸어. 대학 병원에 갔어. 침대는 바퀴달린 침대로, 밥은 죽으로 바꼈어. 병실을 나가서 중앙홀로 가면 자판기가 있고 긴 의자와 환자들이 많아. 병원이라는 사실만 빼면, 입고 있는 옷이 환자복이라는 사실만..
멀리서 드릴이 돌을 깨는 희미한 소리가 들린다. 산이 끈질기게 으르렁댄다. 이곳은 장례(葬禮)의 문턱이다. 관리자가 잠깐 기다리라고 말한다. “어, 그 사이 많이 자랐네.” 잠깐 동안 엄마와 이모는 입구 옆에 놓인 화분을 구경한다. 사라졌던 관리자가 들어오라 손짓한다. 우리는 복도를 걷는다. 고령화의 지린내와 베이비파우더가 섞인 눅눅한 냄새가 바닥을 기어 온다. 텔레비전 연속극 소리와 아기처럼 우는 어른의 소리가 천장을 기어간다. 우리는 병실에 들어선다. 1937년생 병명: 당뇨, 뇌경색, 신경통 참고: 연하곤란(dysphagia), 관절운동, 보청기관리, 체위변경, 통풍 이곳은 늙은이들이 누워있는 곳이다. 우리 할머니처럼. 이모와 엄마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말을 건다. 눈을 뜬 할머니더러 말해보라고. ..